증거가 없는데 협박죄로 고소할 수 있을까요
협박을 당했는데 녹음파일도 없고 카톡 같은 증거도 없습니다. 말로만 협박했기 때문에 고소해봤자 소용없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말도 증거입니다. 증거가 없다고 포기할 필요는 없습니다.
협박죄는 생각보다 범위가 넓습니다
협박죄는 심각한 상황에만 해당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일상생활에서 경험하는 사소한 언행도 협박죄가 될 수 있습니다.
"죽여버리겠다", "사진을 인터넷에 뿌리겠다", "회사로 찾아가겠다" 같은 말들이 모두 협박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반드시 큰 위협이어야만 협박죄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협박죄의 기본 요건
협박죄는 대부분 아는 사람 사이에서 발생합니다
협박죄의 특징 중 하나는 모르는 사람보다 알던 사람 사이에서 훨씬 많이 발생한다는 점입니다.
"불륜 사실을 회사에 알리겠다", "이메일을 보내버리겠다", "가족들에게 다 알려버리겠다" 같은 협박이 대표적입니다. 서로 알고 있는 약점이나 비밀을 이용해서 위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욕설만 퍼붓는 경우는 어떨까요? 상황과 내용에 따라 협박죄가 될 수도 있고, 모욕죄나 명예훼손죄가 될 수도 있습니다. 때로는 둘 다 성립할 수도 있습니다.
협박죄는 다른 범죄와 함께 발생합니다
협박죄가 단독으로 성립하는 경우는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보통 다른 범죄와 함께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죽여버리겠다"고 말하면서 실제로 때렸다면 어떻게 될까요? 크게 다치면 상해죄가 성립합니다. 협박죄, 폭행죄, 상해죄가 모두 성립하는 것이 아니라 가장 무거운 상해죄 하나만 처벌받습니다.
죄의 경중 관계
여러 범죄가 동시에 성립할 수 있는 상황에서는 가장 무거운 죄 하나만 처벌합니다. 이를 죄수관계라고 합니다.
하지만 무거운 죄가 성립하지 않으면 가벼운 죄가 적용됩니다. 예를 들어 성관계 영상으로 협박했는데 촬영물 이용 협박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면, 일반 협박죄가 적용될 수 있습니다.
말도 증거입니다
고소하려면 증거가 필요합니다. 동영상, 녹음파일, 카톡 같은 물증이 있으면 당연히 가장 좋습니다.
하지만 많은 분들이 "증거가 없어요"라고 말합니다. 녹음도 안 했고 증거로 남은 게 아무것도 없다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말도 증거입니다. 피해자가 "이런 협박을 당했습니다"라고 진술하는 것 자체가 증거입니다. 증거의 세계에서 가장 힘이 센 것도 바로 말입니다.
말이라는 증거의 약점
말은 바뀔 수도 있고 사람마다 다를 수도 있습니다. 상대방은 "그런 말 한 적 없다"고 부인할 수 있습니다. 결국 누구 말이 맞느냐의 싸움이 되는데, 이것이 바로 진술의 신빙성 싸움입니다.
그래서 내 말이 믿을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고소할 때 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목격자가 있다면 큰 도움이 됩니다
목격자가 있다면 진술서를 받아두는 것이 좋습니다. 혼자 주장하는 것보다 훨씬 신빙성이 높아집니다.
다만 목격자가 고소하는 사람과 매우 가까운 사이라면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누구 편을 들지 뻔하기 때문에 목격자의 진술도 신빙성을 확보해야 합니다.
- 목격자 진술서: 사건 당시 본 내용을 구체적으로 작성
- 제3자 목격자: 피해자와 가까운 관계가 아닌 경우 더욱 유리
- 목격자 연락처: 진술서 작성이 부담스럽다면 연락처만이라도 제공
목격자가 남의 일에 끼어들기 싫어서 진술서 쓰기를 부담스러워한다면, 고소장에 그 사람의 정보를 잘 기재하면 됩니다. 경찰이 따로 연락해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시간이 지난 후에도 고소할 수 있나요
당연히 가능합니다. 일반 협박죄의 공소시효는 5년입니다. 5년 안에 고소하면 됩니다.
5년이 지나도 고소 자체는 할 수 있지만, 상대방이 처벌받지 않기 때문에 의미가 없습니다.
늦은 고소의 단점
피해를 당한 날로부터 너무 늦게 고소하면 진술의 신빙성에 대해 의심을 받을 수 있습니다. "왜 그때는 안 하고 여태까지 참았냐"는 질문을 받게 됩니다. 물론 설명을 잘하면 되지만, 굳이 할 거라면 가급적 신속하게 하는 것이 좋습니다.
협박죄로 고소하면 처벌은 어떻게 되나요
협박죄 자체는 처벌 수위가 그렇게 높지 않습니다. 협박죄만으로 실형이 선고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협박죄는 비교적 가벼운 범죄로 분류되며, 국가의 형벌권보다는 피해자의 의사를 더 중요하게 봅니다. 따라서 합의해서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면 국가에서 처벌할 수 없습니다.
여기서 합의란 돈을 주는 것이 아니라 피해자가 "가해자 처벌을 원하지 않습니다"라고 의사를 표시하는 것입니다. 다만 그 말을 공짜로 해주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에 보통 합의금을 주고받는 것입니다.
합의금 없이도 합의 가능
엄밀히 말하면 돈을 주지 않아도 합의는 가능합니다. 서로 악수 한 번 하고 쿨하게 합의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법적으로 중요한 것은 피해자의 처벌불원 의사입니다.
고소를 악용하는 경우도 있나요
합의금을 받기 위해 일부러 고소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특히 온라인상에 악플을 유도하는 글이나 영상을 올려놓고, 악플이 달리면 모아서 일괄적으로 고소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협박보다는 명예훼손이나 모욕죄에서 더 자주 발생하지만, 이런 방식으로 합의금을 노리는 사례가 심심치 않게 있습니다.
상대방이 협박죄 아니라고 주장하면 어떡하죠
무시하면 됩니다.
상대방이 법률 전문가도 아닐 텐데, 그 사람 말을 듣고 흔들릴 필요가 없습니다. 전문가를 찾아가서 상담하고 고소하면 됩니다.
협박죄 성립 여부 판단
기준: 케이스바이 케이스
판단: 말하게 된 경위, 상황, 내용 종합적으로 고려
원칙: 건전한 상식을 가진 일반인이 협박이라고 느끼면 성립 가능성 높음
같은 말이라도 경위와 상황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심각한 위협이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장난처럼 받아들여질 수도 있습니다.
판례에서도 "협박죄 성립 여부는 여러 정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합니다. 명확한 하나의 기준은 없습니다.
고소하겠다고 말하는 것도 협박인가요
"너 이러면 내가 고소하겠다"고 말하는 것은 보통 협박이 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너의 행위를 회사에 알리겠다"는 상황에 따라 협박, 명예훼손, 모욕이 될 수 있습니다. 상대방이 나에게 범죄를 저질렀는데 멀쩡히 직장 다니는 것이 부당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회사에 알릴 때 주의사항
무작정 회사에 알리는 것이 아니라 회사의 인사 담당자에게 알리는 것이 좋습니다. 특정인에게만 알리면 명예훼손의 고의가 없는 것으로 보여질 수 있습니다. 이런 디테일한 부분은 실행 전에 꼭 전문가와 상의하세요.
고소했다가 오히려 해코지 당하면 어떡하죠
이것은 정말 어려운 문제입니다. 법적으로 미리 차단할 방법이 없습니다.
누군가 협박했다고 해서 다음 범죄가 있을 수 있으니 미리 구속시키는 제도는 있을 수도, 있어서도 안 됩니다. 하지만 묻지마 범죄가 늘어나면서 사람들이 불안함을 느끼는 것도 사실입니다.
스토킹의 경우 몇 번 찾아오는 것만으로도 경찰에 신고해서 접근금지 명령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때로는 한 번 찾아갔을 뿐인데 과도하게 제재받는다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정답은 없습니다. 일어날지 모르는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모든 사람의 자유를 제한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사건이 발생했을 때 담당자가 잘 판단해서 올바르게 처리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단순히 기분이 나빴거나 무서웠다는 감정만으로 무조건 협박죄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협박을 당했다고 생각하거나, 반대로 협박죄로 억울하게 고소당했다면 우선 변호사와 꼼꼼한 상담을 통해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맞는지 논의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