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잘 설명하면 되겠지?
고소를 당했다면 수사기관은 이미 여러분을 범죄자로 취급할 수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많은 분들이 "내가 잘 설명하면 되겠지"라는 생각으로 경찰 조사를 받으러 갑니다. 하지만 이것은 조사를 망치는 지름길입니다.
이런 편견을 깨야 무혐의 처분을 받을 수 있습니다.
모의조사는 전혀 쓸모없습니다
경찰 조사를 앞둔 분들로부터 이런 질문을 자주 받습니다.
- "조사 받기 전에 모의 조사를 해주실 수 있나요?"
- "실제 조사와 비슷하게 시뮬레이션을 해주실 수 있나요?"
- "예상되는 질문 목록을 만들어 주실 수 있나요?"
실제로 일부 변호사 사무실이나 로펌에는 조사실과 비슷하게 만든 모의 조사실이 있고, 수사관 출신 변호사와 함께 미리 연습하는 서비스도 제공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는 절대적으로 불필요한 준비입니다.
왜 모의조사가 무의미한가
조사를 받을 때 상대방 조사관이 어떤 스타일인지 전혀 알 수 없습니다. 장문 단답 형식으로 "있었던 얘기 다 해보세요"라고 물어볼지, 아니면 하나하나 잘라서 짧게 물어볼지 알 수 없습니다.
조사하는 사람이 아닌 다른 사람과 미리 연습한다는 것은 굉장히 무의미한 일입니다.
쉽게 비유하자면 이렇습니다. 내일 있을 소개팅을 어머니를 앉혀 놓고 미리 준비하는 꼴입니다.
이런 준비가 필요할 정도의 사건이라면 변호사가 조사받을 때 같이 입회해서 질문 하나하나를 정확히 파악하고 답변 과정에서 도움을 주는 것이 훨씬 더 효율적입니다.
자료를 미리 제출하면 안 되는 이유
조사를 받으러 갈 때 혹은 조사를 받기 전 미리 자료를 준비해서 제출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쉽게 말해 스스로 무덤을 파는 행위입니다.
조사관이 어떤 질문을 할지 모릅니다
많은 분들이 쓸데없는 자신감을 갖고 "사건의 쟁점은 이거고, 이걸 물어볼 거야"라는 나름의 확신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매우 위험한 판단입니다.
내가 생각하는 사건의 진상과 고소인이 생각하는 진상, 고소인이 고소장에 쓴 진상, 고소인이 경찰서에 와서 말한 진상이 모두 다릅니다. 이것들을 취합해서 수사관이 파악한 진상은 또 다릅니다.
따라서 아무리 정보 공개 청구를 통해 고소장을 봤다 하더라도 거기에 나온 것만 물어보는 게 절대 아닙니다. 같은 주제라 하더라도 어떤 관점에서 물어볼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모든 자료는 조사를 다 받고 나서 제출해야 합니다.
어디서 검색한 정보로 "조사 전에 왜 미리 자료 안 내세요?"라고 물어보는 분들이 있는데, 이거는 수사 절차를 전혀 모르는 사람이 하는 이야기입니다.
조사를 먼저 다녀와서 수사관이 생각하고 있는 쟁점이 뭔지를 정확히 파악하고 그에 해당하는 자료를 제출해야 합니다.
불리한 자료가 섞여 있을 수 있습니다
많은 경우 본인들이 제출하려는 자료를 보면 실제로는 본인에게 불리한 자료가 껴 있는 경우도 상당히 많습니다. 이런 것들은 조사 후에 변호사의 검토를 통해 최종적으로 확정하고 제출하는 것이 가장 안전합니다.
경찰이 알아서 해줄 거라는 착각
우선 경찰은 제3자입니다. 불쌍한 사람을 도와주거나 억울한 사람의 누명을 벗겨주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고소했다고 해서 그 사람이 정말 불쌍하고 피해를 본 사람인지, 고소를 당했다고 해서 진짜 억울한 사람인지는 경찰이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수사를 다 해봐야 아는 부분이고, 그렇기 때문에 경찰은 중립적인 제3자의 지위를 유지해야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나는 억울하니까 내가 아는 대로 말하면 나라에서 알아서 해주겠지"라고 생각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못합니다.
이상적으로는 국민들이 개떡같이 말해도 나라에서 찰떡같이 알아듣고 해주는 것이 가장 좋지만, 현실은 절대 그렇지 못합니다.
경찰은 법률가가 아닙니다
경찰을 낮춰서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이것은 팩트입니다. 경찰은 법률가가 아니고, 법률가가 아니라는 말은 냉정하게 말하면 법의 전문가가 아니라는 말이기도 하지만 솔직히 꼼꼼하지 못하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우리 앞에 놓여 있는 사건은 법적인 쟁점을 다루는 것이기 때문에 비법률가인 경찰은 사건의 최종 처리자도 아니므로 모든 것을 경찰이 알아서 해줄 것이라고 생각하면 자칫 낭패를 볼 수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이렇게 말합니다. "별일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제 말이 옳기 때문에 당연히 순리대로 해결될 줄 알았어요."
실제로 사건을 수사하다 보면 꼭 내 생각대로만 처리되지 않는 경우도 많고, 나는 당연하다고 생각하지만 나의 주장과 양립 가능한 상대방의 주장도 있습니다. 양쪽 주장을 다 들었을 때 제3자인 수사기관이 어떤 결정을 할지는 알 수 없기 때문에 절대로 안심해서는 안 됩니다.
조사 받고 나서 변호사 찾으면 늦습니다
"일단 조사를 받고 나서 변호사 선임이든 뭐든 부족한 건 그 이후에 해야지"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보통 경제적인 사정 때문인 경우가 많습니다.
당장 변호사를 선임하자니 경제적으로 부담이 되고, 그러니까 어떻게 되는지 좀 지켜보고 그때 가서 결정하자는 생각입니다.
변호사는 없어도 됩니다. 반드시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제대로 된 변호사라면 없는 것보다 있는 것이 낫고, 절대 잊지 말아야 할 건 늦게 선임하는 건 어리석다는 점입니다.
수사 과정은 비공개입니다
수사 과정은 비공개이기 때문에 뒤늦게 변호사를 선임하면 그때 투입된 변호사가 할 수 있는 일은 굉장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 법 제도는 정말 이해할 수 없게도 전 과정이 경찰 조사 한 번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전문가가 아닌 경찰이 때로는 불송치 결정을 하는데, 조사를 받고 온 당사자는 이런 제도를 모르면 이렇게 생각합니다.
"이런 말 못 한 게 너무 안타까워. 다음에 부르면 가서 말해야지. 검사님이 부르면 그때 검사님한테 가서 얘기해야지."
하지만 그런 기회는 주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경찰 조사 첫 회부터 최선을 다해서 준비하는 것이 정말 중요합니다.
변호사 상담은 어떻게 받아야 하나요
너무 당연한 얘기지만 변호사와의 상담입니다. 선임이 아니고 상담입니다.
당장 비싼 돈 주고 변호사를 선임하라는 게 아니라 소정의 상담료는 들더라도 일단 먼저 변호사와 상담을 받으시기 바랍니다. 우리가 몸에 이상이 있을 때 일단 의사한테 가서 진료를 받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변호사를 만나서 해야 할 일은 대략적으로 일단 사건의 내용을 전달하고, 급한 것이 뭐가 있는지를 따진 다음에 일단 방향을 정하고, 그다음에 전략을 짜는 것이 필요합니다.
전화 상담은 피하세요
정말 피치 못할 사정이 있는 게 아닌 이상 부디 전화나 문자로 하려고 하지 마시고, 시간을 내서라도 꼭 찾아가서 방문 상담을 하시기 바랍니다.
많은 분들이 이렇게 말합니다. "아, 저 급해서 그런데 이거 하나만 여쭤볼게요. 이거 이렇게 하면 되는 거죠?" "제가 너무 지역이 멀어서요." "제가 일이 바빠서요."
개인적인 사정이 있는 거야 누가 뭐라고 할 수 있을까 싶긴 하지만, 대부분은 자기 사건을 충분히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거 하나만 먼저 알려주세요"라는 말은 자기가 이미 판단을 내린 겁니다. "나는 이거 하나만 지금 아는 게 필요해"라는 판단을 내린 건데, 사건에 대한 전체적인 이야기를 전문가가 들으면 당신이 지금 알아야 될 건 당신이 궁금하다고 한 그 질문이 아니라 다른 것일 수도 있습니다.
대부분의 경우는 그 질문 자체가 너무 엉뚱한 질문인 경우도 많습니다.
전화 상담의 문제점
방문 상담을 하지 않고 전화로 하게 될 경우에는 대충 상담을 받게 될 가능성이 높고, 무엇보다 변호사 업계의 현실은 변호사가 전화를 받지 않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즉 사무장이나 상담실장과 같이 법률가가 아닌 사람이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조금 꼼꼼한 분들은 열심히 검색해서 특정 변호사를 찍어서 전화하는데, 그렇게 전화했을 때 받은 사람이 그 변호사인지도 알 수 없고, 또 이런 현실을 모르는 사람들은 전화받은 사람이 누군지 확인도 하지 않습니다.
상담에서 무엇을 확인해야 하나요
방문 상담을 했을 때는 내가 지금 직면한 사건의 최종 솔루션을 그 상담 시간 안에서 구하려고 하면 안 됩니다.
그 안에서는 대략적인 방향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선임까지 염두에 둔다면 이 사람을 믿을 수 있는가를 보는 것이 정말 중요합니다.
사건이라는 건 1년의 과정이기 때문에 그 모든 과정을 빌드업해서 쌓인 과정 끝에 어떤 결과가 나오는 건데, 그 첫 단계에서 변호사가 처음 본 사람 앞에서 대충 듣고 솔루션을 뚝딱 제시한다면 오히려 그건 의심스러울 수 있습니다.
이 변호사를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가 판단하는 것이 상담의 핵심입니다.
더 이해하기 쉽게 이렇게 표현합니다. 내 사업장에서 뽑을 직원을 오늘 내가 인터뷰하는 날이다. 따라서 의뢰인이 면접 위원이고 변호사는 면접을 보러 온 후보자라고 생각하고, 누가 일을 잘할 것 같은지, 누가 열정이 있는지 보는 것처럼 변호사를 볼 때도 그렇게 보셔야 됩니다.
경찰조사 준비 체크리스트
경찰 조사는 생각보다 훨씬 중요합니다. 한 번의 조사로 모든 것이 결정될 수 있다는 점을 절대 잊지 마세요.
조사 당일 꼭 기억해야 할 것
조사를 앞두고 있다면 변호사와 간단한 상담을 통해 어떤 식으로 말할지 방향을 대충 정하고, 과거 있었던 일에 대해서 꼼꼼하게 복기하는 것이 정말 중요합니다.
그런데 대부분 이걸 하지 않습니다. 자신감이 있기 때문입니다.
수사관은 자료를 토대로 "몇 월 며칠 무슨 일이 있었나요?"라고 구체적으로 물어봅니다. 웬만큼 미리 복기하고 가지 않으면 "어... 잘 기억이 안 나는데요"라고 답하게 되고, 이렇게 되면 진술의 신빙성이 깨질 수도 있습니다.
나는 수요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수사관이 가지고 있는 자료는 명백히 목요일이면 거짓말을 하는 것처럼 될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진술을 어떻게 할지 잘 준비해야 합니다.
변호사가 대신 말해줄 수 없습니다
"조사받을 때 그냥 변호사님이랑 같이 가면 모든 게 해결되고 전 아무것도 할 게 없는 거네요"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경찰 조사 과정에서 진술을 해야 되는 건 사건의 당사자입니다. 본인이 경험한 건 본인이 진술해야 합니다. 이건 법 규정도 있기 때문에 변호사가 대신 말해줄 수 없습니다.
조사 과정에서 변호사의 역할은 답변을 대신해주거나 경찰의 유도 신문을 제지하는 게 아닙니다.
첫 번째로 변호사가 할 일은 리스닝입니다. 즉 경찰이 어떤 질문을 하는지를 현장에서 변호사의 귀로 직접 들어서 사건의 상대방 고소인은 어떤 주장을 하는지 파악하고, 수사관은 어떤 걸 쟁점으로 보는지 확인하고, 수사관의 표정과 말투와 뉘앙스를 보고 어느 쪽 편에 서서 더 이야기를 하는 것 같은지를 변호사가 파악하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조사 과정에서 의뢰인이 질문의 취지를 정확히 이해하고 답변하는지를 확인하고, 그게 아닐 경우에는 바로바로 제지하고 조언을 해줘야 됩니다.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긴장하다 보니 수사관의 질문을 잘못 이해하고 잘못 답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수사관은 이럴 때 바로잡아주는 사람도 있지만 그냥 말한 대로 받아 적는 수사관도 매우 많습니다. 따라서 이 점은 변호사가 옆에서 꼼꼼하게 체크해야 합니다.
세 번째로는 조사를 마치고 나면 수사관이 출력해서 주는 조서를 확인할 때 변호사가 꼼꼼하게 보고 답변이 그 취지로 잘 적혀 있는지를 확인해야 되고, 마지막으로는 조사 전후 그리고 조사 과정에서 수사관과 소통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조서 내용엔 없지만 오프더레코드로 이후의 과정은 어떻게 되는지 이런 것들을 변호사가 수사관과 소통하는 것도 정말 필요합니다.
이런 변호사의 역할이 있기 때문에 모든 사건에서 변호사의 동행이 필요한 것은 결코 아닙니다. 모든 조사에서 이 역할을 꼭 다 해야 되는 사건만 있는 것이 아니고, 자백하는 음주운전 사건 같은 경우는 사실 변호사 역할이 별로 없기 때문에 굳이 입회하는 역할을 변호사가 해줄 필요는 없습니다.
조서 작성이 가장 중요합니다
내가 열 마디를 했지만 경찰은 한 마디로 적으면 나는 오늘 한 마디만 이야기한 것이 됩니다.
경찰 조사 과정이 끝나고 검찰 법원으로 가게 되면 이후의 담당자들은 조서에 적힌 것만 봅니다. 그 한 줄만 봅니다. 그러기 때문에 조사받은 사람은 "어 난 그때 다 얘기하고 왔어"라고 했지만 사실은 몇 마디 안 한 게 될 수 있습니다.
사람의 말이라는 건 뉘앙스에 따라 또 달리 전달될 수도 있기 때문에 내가 전달하고자 하는 말과 다른 의미가 전달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조서를 반드시 꼼꼼히 확인하세요
조사가 끝나면 수사관이 조서를 출력해서 보여줍니다. 이때 대충 읽고 서명하는 분들이 많은데, 절대 그래서는 안 됩니다. 한 줄 한 줄 꼼꼼하게 읽고, 내가 말한 취지와 다르게 적혀 있으면 반드시 수정을 요구해야 합니다.
경찰 조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조서입니다. 나중에 검사나 판사가 보는 것은 여러분이 아니라 조서입니다. 조서에 적힌 내용이 곧 여러분의 진술이 됩니다.
경찰 조사는 한 번으로 끝날 수 있습니다. 다음 기회는 없을 수도 있습니다. 첫 조사부터 최선을 다해서 준비하고, 꼼꼼하게 대응해야 합니다.
억울함을 풀려면 제대로 준비해야 하고, 혐의를 벗으려면 전략이 필요합니다. 경찰이 알아서 해주길 기대하지 마세요. 스스로 준비하고 대응해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