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학이야기

횡령한 돈을 다시 돌려줘도 이미 낸 세금은 못 돌려받는다?조세법률관계 안정성 vs 납세자 권리구제 충돌 판례

등록일 | 2025-09-01
횡령한 돈을 다시 돌려줘도 이미 낸 세금은 못 돌려받는다? 대법원 "횡령금 반환은 후발적 경정청구 사유가 아니다" 조세법률관계 안정성 vs 납세자 권리구제 충돌
대법원 조세 판례

횡령한 돈을 다시 돌려줘도 이미 낸 세금은 못 돌려받는다?

대법원 "횡령금 반환은 후발적 경정청구 사유가 아니다" - 조세법률관계 안정성 vs 납세자 권리구제 충돌

판례번호
2021두35346
선고일
2024. 6. 17.
원심법원
서울고법
결과
파기환송
?

A씨는 부친과 공모해 회사 돈을 횡령했습니다. 세무서가 이를 발견해 A씨에게 소득세를 부과했죠. 그런데 나중에 A씨가 형사재판 과정에서 횡령한 돈을 모두 회사에 돌려줬다면, 이미 낸 세금을 돌려받을 수 있을까요?

상식적으로는 "돈을 돌려줬으니 세금도 돌려받아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은 "횡령금 반환은 후발적 경정청구 사유가 아니다"라며 납세자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어요. 조세법의 엄격함을 보여주는 중요한 판결입니다.

복잡한 횡령과 세무처분의 전개과정

사외유출 소득처분이란?

법인이 정당한 이유 없이 돈을 밖으로 빼돌렸을 때, 그 돈을 받은 사람에게 소득세를 부과하는 제도입니다. 법인세와 소득세를 동시에 잡는 것이죠.

2005년~2013년 - 장기간 횡령 범행
A씨가 부친과 공모하여 상표권 사용료 명목으로 회사 자금을 횡령. 실제로는 상표권 사용권한이 없었음
2014년 6월~10월 - 세무조사 및 소득처분
서울지방국세청이 세무조사를 통해 발견, A씨에게 기타소득으로 소득처분 및 종합소득세 부과
2015년 5월 - 횡령금 반환
형사재판 항소심 진행 중 A씨가 채권양도 및 변제공탁 방법으로 대부분 금액을 회사에 지급
2017년 9월 - 종합소득세 경정고지
세무서가 2010, 2011, 2012, 2014년 귀속 종합소득세를 최종 경정고지

후발적 경정청구제도의 정교한 구조

국세기본법 제45조의2 제2항 (후발적 경정청구)

이미 신고·결정된 세금에 대해 나중에 특별한 사유가 발생했을 때 납세자가 세금 감면을 신청할 수 있는 제도

후발적 경정청구가 가능한 경우
  • 판결로 확정: 소송 판결로 과세 근거가 바뀐 경우
  • 계약 해제·취소: 과세 근거가 된 계약이 해제되거나 취소된 경우
  • 기타 유사 사유: 위와 비슷한 대통령령으로 정한 사유
제도의 핵심 취지

납세자 권리구제 확대조세법률관계의 안정성 사이의 균형을 맞추는 것입니다. 무제한 세금 환급이 아닌 법령에서 열거한 특정 사유에만 허용하는 거죠.

대법원의 핵심 판단

"횡령금을 형사재판에서 반환한 것만으로는 후발적 경정청구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대법원이 본 핵심 논리

1. 제도의 엄격한 해석

법령에서 열거한 일정한 후발적 사유로만 경정청구가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횡령금 반환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거예요.

2. 조세법률관계의 안정성 우선

납세자 권리구제도 중요하지만 조세법률관계의 안정성 확보가 더 중요하다고 봤습니다. 무분별한 세금 환급을 막겠다는 의지죠.

3. 횡령의 특수성 인정

횡령금은 원칙적으로 국가 몰수·추징 대상이 아니고, 반환 여부가 당사자 의사에 크게 좌우된다는 점을 지적했어요.

4. 양형상 이익을 위한 행위

형사재판에서 횡령금을 반환하는 것은 양형상 이익이라는 무형의 이익을 얻기 위한 행위라고 봤습니다. 순수한 경제적 손실이 아니라는 거죠.

뇌물 vs 횡령금: 왜 다르게 취급하나?

뇌물의 경우 (환급 가능)
  • 필요적 몰수·추징 대상
  • 수뢰 당시부터 상실가능성 내재
  • 국가가 강제로 회수
  • 수뢰자 의사와 무관하게 처리
  • 경제적 이익의 종국적 실현 불가
횡령금의 경우 (환급 불가)
  • 몰수·추징 대상 아님
  • 반환 여부가 당사자 의사에 좌우
  • 자발적 반환 (특히 경영자 가담시)
  • 양형상 이익을 위한 전략적 행위
  • 경제적 이익 포기 vs 무형이익 획득
핵심 차이점

뇌물은 처음부터 "빼앗길 돈"이지만, 횡령금은 "돌려줄지 말지 선택할 수 있는 돈"이라는 근본적 차이가 있어요. 이 차이가 세법상 취급의 차이로 이어진 것입니다.

납세자에게 주는 실무적 시사점

형사재판 전략의 한계

횡령금을 반환해도 세금 부담은 그대로입니다. 양형상 이익은 얻을 수 있지만 세무상 혜택은 기대하기 어려워요.

사전 예방의 중요성

처음부터 적법한 거래구조를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사후 정정은 매우 제한적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해요.

법적 조언의 필요성

복잡한 조세법 구조상 개인 판단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전문가와 상의하여 종합적인 대응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필요해요.

이 판결이 말하는 것

조세법은 예외를 매우 엄격하게 적용한다. 횡령금을 반환했다고 해서 자동으로 세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법령에서 명시한 후발적 경정청구 사유에 해당해야만 가능하죠. 이번 판결은 납세자의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고 조세법률관계의 안정성을 확보하려는 대법원의 의지를 분명히 보여줍니다. 뇌물과 달리 횡령금은 처음부터 "반환 가능성이 내재된 소득"이 아니라는 점에서 다르게 취급받는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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