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학이야기

남의 땅에 사과나무 심고 사과 따먹었는데 무죄?손괴죄와 횡령죄 모두 성립 안 된 이유와 재물범죄 구별법 판례 분석

등록일 | 2025-11-09
남의 땅에 사과나무 심고 사과 따먹었는데 무죄? 손괴죄와 횡령죄 모두 성립 안 된 이유와 재물범죄 구별법 완벽분석
대법원 판례 분석

남의 땅에 사과나무 심고 사과 따먹었는데 무죄?

손괴죄와 횡령죄 모두 성립 안 된 이유와 재물범죄 구별법 완벽분석

판례번호
2025도978
선고일
2025. 4.
범죄명
손괴/횡령
결과
무죄
?

A씨는 남의 토지에 권원 없이 사과나무를 심었습니다. 그리고 두 차례에 걸쳐 그 사과나무에서 사과를 따서 가져갔어요.

토지 소유자는 "사과나무를 손괴했다", "사과를 횡령했다"며 A씨를 고발했습니다. 과연 이런 행위가 손괴죄와 횡령죄에 해당할까요? 상식적으로는 범죄처럼 보이지만, 법리적으로는 어떨까요?

무단 식재

A씨가 피해자 갑이 다른 사람과 공동 소유하는 토지에 권원 없이 사과나무 등 과수를 식재했습니다.

사과 수취

두 차례에 걸쳐 그 사과나무에서 자란 사과를 따서 가져갔습니다.

사용 중지 요청

토지 소유자가 "토지 점유 사용을 중지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기소

손괴죄 (사과나무 손괴)와 횡령죄 (사과 횡령)로 기소됐습니다.

대법원의 결론

"손괴죄도 횡령죄도 성립하지 않는다"

사과 수취는 사과나무의 본래 용법에 따른 사용

왜 손괴죄가 성립하지 않을까?

손괴죄의 성립 요건

다른 사람의 재물을 손괴, 은닉하거나 그 밖의 방법으로 그 효용을 해한 경우에 성립합니다. 핵심은 '효용을 해했느냐'는 것이에요.

손괴죄 vs 영득죄의 구별

손괴죄는 불법영득의사가 없다는 점에서 절도, 사기, 횡령 등과 구별됩니다. 소유자를 배제한 채 물건의 이용가치를 향유하는 것이 특징이에요.

본 사건 판단

천연과실인 사과를 수취하는 것은 원물인 사과나무를 본래의 용법에 따라 사용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사과나무의 효용 자체는 침해되지 않았다고 본 거예요.

효용 침해 vs 효용 누리지 못함

효용 침해: 물건 자체가 파괴되거나 본질적 기능이 상실
효용 누리지 못함: 소유자가 일시적으로 사용하지 못하는 상태

사과나무는 여전히 사과를 생산할 수 있는 기능을 유지하므로 효용이 침해된 것은 아닙니다.

횡령죄는 왜 성립하지 않을까?

횡령죄의 핵심: 위탁신임관계

횡령죄가 성립하려면 보관자와 소유자 사이에 법률상·사실상 위탁신임관계가 존재해야 합니다. 이는 계약뿐만 아니라 사무관리, 관습, 조리, 신의칙에 의해서도 성립될 수 있어요.

보호할 만한 가치 있는 신임

횡령죄의 본질이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위탁된 타인의 물건을 위법하게 영득하는 데 있으므로, 횡령죄로 보호할 만한 가치 있는 신임이어야 합니다.

본 사건의 특수성
  • A씨는 타인의 토지에 권원 없이 사과나무를 식재
  • 토지 소유자로부터 "사용을 중지하라"는 요청을 받음
  • 이미 적대적 관계가 형성된 상황
  • 신임관계가 존재할 여지가 없음
법원의 판단

"토지의 점유·사용을 중지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는 사정만으로" 횡령죄로 보호할 만한 가치 있는 위탁신임관계가 형성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재물범죄 구별법 완벽정리

손괴죄 vs 절도죄

손괴죄: 불법영득의사 없음 + 효용 침해
절도죄: 불법영득의사 있음 + 타인의 재물을 절취

횡령죄 vs 배임죄

횡령죄: 위탁받은 재물을 영득
배임죄: 위탁받은 사무를 처리하면서 재산상 이익 취득

본 사건에서 적용 가능한 죄명은?
  • 무단점유: 민사상 불법행위는 되지만 형사처벌 대상 아님
  • 절도죄: 사과 자체를 절취했다면 가능하나 기소되지 않음
  • 부동산침입죄: 타인의 토지에 무단 출입했다면 가능

판결 요약

사실관계

A씨가 타인 소유 토지에 권원 없이 사과나무를 식재하고 두 차례에 걸쳐 사과를 수취한 사건

검찰 기소내용
  • 손괴죄: 사과나무를 손괴했다
  • 횡령죄: 사과를 횡령했다
대법원 판단
  • 손괴죄 불성립: 사과나무의 효용 자체가 침해되지 않음
  • 횡령죄 불성립: 위탁신임관계가 존재하지 않음
  • 결론: 모두 무죄
법적 의미

재물범죄의 구성요건을 엄격히 해석해야 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했습니다. 단순한 무단사용이나 이용만으로는 범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점을 명확히 했어요.

이 판결이 주는 교훈

상식적으로는 범죄처럼 보여도 법리적으로는 무죄인 경우가 있다. 손괴죄는 단순히 타인의 물건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그 물건의 효용 자체를 침해해야 성립하고, 횡령죄는 신임관계에 기초한 배신행위여야 합니다. 이 사건은 천연과실의 수취가 원물의 본래 용법에 따른 사용이며, 적대적 관계에서는 횡령죄로 보호할 만한 신임관계가 형성되지 않는다는 중요한 법리를 확립했습니다. 다만 이것이 타인의 토지를 무단으로 사용해도 된다는 뜻은 아니며, 민사상 손해배상책임은 여전히 남아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형사처벌과 민사책임은 별개의 영역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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