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학이야기

무자격자 개설 의료기관에 고용된 의료인의 진료, 업무방해죄 보호대상일까? 판례분석

등록일 | 2025-11-21
무자격자 개설 의료기관 고용 의료인의 진료행위, 업무방해죄 보호대상일까
대법원 2021도16482 판결

무자격자 개설 의료기관에 고용된 의료인의 진료, 업무방해죄 보호대상일까

업무방해죄 의료법위반 반사회성 보호대상업무
무자격자가 불법으로 개설한 의료기관에서 일하는 의사의 진료행위를 방해하면 업무방해죄가 성립할까요? 의료기관 자체는 불법이지만, 거기서 일하는 의사의 진료행위까지 보호받지 못하는 걸까요? 대법원은 이 둘을 분리해서 판단해야 한다는 중요한 법리를 제시했습니다.

사건의 배경

의료법상 의사가 아닌 사람은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무자격자가 자금을 대고 의사를 고용해서 병원을 운영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이 사건에서는 누군가 무자격자가 개설한 의료기관에서 일하는 의사의 진료행위를 방해했습니다. 검찰은 이를 업무방해죄로 기소했지만, 원심 법원은 무죄를 선고했어요. 무자격자가 개설한 의료기관 자체가 불법이니까, 거기서 일어나는 진료행위도 법으로 보호받을 수 없다고 본 거죠.
과연 이 판단이 맞을까요?
업무방해죄의 보호대상이 되는 업무란
형법상 업무방해죄로 보호받는 업무는 직업 또는 계속적으로 종사하는 사무나 사업을 말합니다. 타인의 위법한 행위로부터 보호할 가치가 있으면 되고, 그 업무의 기초가 된 계약이나 행정행위가 반드시 적법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중요한 건 그 사무가 사실상 평온하게 이루어져 사회적 활동의 기반이 되고 있느냐는 거예요.

핵심 쟁점: 반사회성의 범위

업무방해죄가 성립하려면 방해된 업무가 법으로 보호할 가치가 있어야 합니다. 업무 개시나 수행 과정에 실체상·절차상 하자가 있더라도, 그 정도가 반사회성을 띠는 데 이르지 않으면 여전히 업무방해죄 보호대상이 됩니다.
반대로 말하면 반사회성을 띠는 업무는 보호대상이 아니라는 뜻이죠. 그래서 그런 업무를 방해해도 업무방해죄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무자격자의 의료기관 개설은 반사회적

무자격자가 의료기관을 개설하는 행위는 명백히 반사회적입니다. 의료법이 의료인만 의료기관을 개설하도록 규정한 이유는 환자의 안전과 의료의 공공성을 지키기 위해서예요. 무자격자의 개설 행위 자체는 법으로 보호할 가치가 없습니다.
따라서 누군가 무자격자의 의료기관 운영업무를 방해했다고 해서 업무방해죄가 성립하지는 않아요. 애초에 보호대상이 아니니까요.

그런데 고용된 의사의 진료행위는?

문제는 여기서부터입니다. 무자격자가 개설한 의료기관에 고용된 의료인이 환자를 진료하는 행위도 당연히 반사회성을 띤다고 볼 수 있을까요?
대법원은 이 둘을 구별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의료기관 개설 자체는 불법이지만, 거기서 일하는 의사가 환자를 치료하는 행위까지 자동으로 반사회적이라고 볼 수는 없다는 거예요.
원심 법원의 판단
무자격 개설이 불법이므로
고용 의사의 진료도 보호 불가
업무방해죄 무죄
대법원의 판단
개설과 진료는 별개로 판단
종합적 고려 필요
원심 파기환송
대법원 판결 요지
무자격자 개설 의료기관에 고용된 의료인의 진료업무가
업무방해죄 보호대상인지는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

대법원이 제시한 판단 기준

그렇다면 고용된 의사의 진료행위가 업무방해죄 보호대상인지 어떻게 판단해야 할까요? 대법원은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라고 제시했습니다.
판단요소 1
의료기관의 개설·운영 형태
얼마나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운영되는지, 무자격자의 개입 정도는 어떤지를 봅니다.
판단요소 2
해당 의료기관에서 이루어지는 진료의 내용과 방식
실제 진료가 의학적으로 적정하게 이루어지는지, 환자 치료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지를 살펴봅니다.
판단요소 3
피고인의 행위로 인해 방해되는 업무의 내용
구체적으로 어떤 진료행위가 방해되었는지, 그 피해의 정도는 어떤지를 확인합니다.
이런 요소들을 종합해서 판단했을 때, 고용된 의사의 진료행위가 사회적으로 보호할 가치가 있다면 업무방해죄가 성립할 수 있다는 겁니다.

왜 이렇게 구별하는 걸까요

환자의 이익 보호
무자격자가 개설한 병원이라고 해서 거기서 진료받는 환자들의 권리까지 무시할 수는 없어요. 환자 입장에서는 자격 있는 의사에게 제대로 된 치료를 받고 있다면, 그 진료행위는 보호받을 가치가 있습니다.
의료인의 정당한 업무 보호
의사 본인은 자격을 갖추고 적법하게 의료행위를 하고 있습니다. 단지 고용주가 무자격자라는 이유만으로 의사의 모든 진료행위를 불법으로 볼 수는 없다는 거죠.
반사회성 판단의 세밀함
개설 행위의 위법성과 진료 행위의 반사회성은 별개 문제입니다. 전자가 불법이라고 해서 후자까지 자동으로 반사회적이 되는 건 아니에요. 구체적 사정을 살펴서 판단해야 합니다.
실무상 주의사항
이 판결이 무자격자의 의료기관 개설을 정당화하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무자격 개설은 여전히 의료법 위반으로 처벌받아요. 다만 거기서 일하는 의사의 진료행위를 방해하는 것이 업무방해죄가 될 수 있다는 것뿐입니다.

비슷한 법리의 다른 사례들

이런 법리는 의료기관뿐 아니라 다른 분야에도 적용될 수 있어요. 예를 들면:
  • 무허가 건축물에서의 영업: 건축물 자체는 불법이지만, 거기서 이루어지는 적법한 영업행위는 보호받을 수 있습니다.
  • 위법한 계약에 따른 업무: 계약이 일부 위법하더라도, 그에 따라 수행되는 개별 업무는 반사회성 정도에 따라 다르게 판단됩니다.
  • 행정절차 하자가 있는 사업: 절차상 문제가 있어도 사업 자체의 사회적 가치는 인정될 수 있습니다.
핵심은 위법성과 반사회성을 구별하고, 보호대상 여부를 종합적·구체적으로 판단한다는 점입니다.
요점 정리
무자격자가 개설한 의료기관의 운영업무는 반사회적이므로 업무방해죄 보호대상이 아닙니다. 하지만 그 기관에 고용된 의료인의 진료행위까지 당연히 반사회적이라고 볼 수는 없어요. 의료기관의 개설·운영 형태, 진료의 내용과 방식, 방해되는 업무의 내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판단해야 합니다. 개설 행위의 위법성과 진료 행위의 반사회성은 별개 문제이며, 후자는 구체적 사정에 따라 보호가치가 인정될 수 있습니다. 이는 환자의 이익 보호와 적법하게 업무를 수행하는 의료인의 권리를 존중하는 동시에, 반사회적 행위에 대한 법적 보호는 배제하는 균형잡힌 해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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