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에 원산지를 허위표시해서 벌금 100만원 약식명령을 받고 확정된 사람이, 2018년에 또다시 같은 위반을 저질렀습니다. 검찰은 재범 가중처벌 규정을 적용해 기소했지만, 원심은 약식명령은 형을 선고받은 게 아니라며 무죄를 선고했어요. 대법원은 어떻게 판단했을까요?
사건의 배경
피고인은 2015년경에 농수산물의 원산지 표시법을 위반했습니다. 이로 인해 벌금 100만원의 약식명령을 고지받아 확정됐어요. 약식명령이란 정식 재판 없이 서면으로만 벌금형을 부과하는 간이한 형사절차를 말합니다.
그런데 피고인은 2018년에 또다시 원산지를 속였어요. 외국산 돼지고기를 국내산으로 허위표기해 판매한 거죠. 문제는 이번에 검찰이 단순 위반이 아닌 재범 가중처벌 규정을 적용해 기소했다는 점입니다.
원산지표시법 제14조의 구조
제1항은 원산지를 거짓으로 표시하거나 혼동하게 할 우려가 있는 표시를 한 자를 처벌합니다. 제2항은 제1항의 죄로 형을 선고받고 그 형이 확정된 후 다시 같은 죄를 범한 경우 가중처벌한다고 규정하고 있어요.
피고인 측 주장
약식명령은 형 선고가 아니다
재범 가중 안 된다
약식명령은 형 선고가 아니다
재범 가중 안 된다
검찰 측 주장
약식명령도 형 확정이다
재범 가중 적용
약식명령도 형 확정이다
재범 가중 적용
대법원 판결
약식명령을 고지받아 확정된 경우도
'형을 선고받고 그 형이 확정된 후'에 해당한다 (원심 파기환송)
'형을 선고받고 그 형이 확정된 후'에 해당한다 (원심 파기환송)
원심 법원의 판단
원심 법원은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판단했어요. 약식명령을 고지받았을 뿐 그 형을 선고받은 것은 아니라는 이유로 제14조 제2항을 적용할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원심의 논리는 이랬어요. 법문에는 분명히 '형을 선고받고 그 형이 확정된 후'라고 되어 있는데, 약식명령은 정식 공판에서 선고를 받은 게 아니니까 여기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거죠. 죄형법정주의 원칙상 법문을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는 입장이었습니다.
대법원의 핵심 판단
죄형법정주의와 해석의 한계
대법원은 먼저 원칙론을 제시했습니다. 형벌 법규는 문언에 따라 엄격하게 해석·적용해야 하고,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지나치게 확장해석하거나 유추해석해서는 안 된다는 거예요.
하지만 중요한 단서가 있습니다. 가능한 문언의 의미 내에서 법 규정의 입법 취지와 목적 등을 고려한 체계적·논리적 해석 방법은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부합한다는 점이죠. 단순히 문언의 표면적 의미만 보는 게 아니라 전체적인 맥락에서 해석해야 한다는 겁니다.
약식명령의 법적 성질
대법원은 약식명령의 본질에 주목했어요. 약식절차는 정식재판의 간이화된 형태일 뿐, 법원이 형벌권을 행사하여 형을 선고한다는 본질은 동일하다는 겁니다.
약식명령이 확정되면 그것은 정식 판결과 똑같은 효력을 가져요. 전과기록에도 남고, 집행유예나 가석방의 기준이 될 때도 동일하게 취급됩니다. 형사소송법도 약식명령에 대해 '약식명령으로 형을 선고할 때'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어요.
재범 가중의 입법 취지
입법 목적
재범 가중처벌 규정은 한 번 처벌받고도 다시 같은 범죄를 저지른 자에게 더 무거운 책임을 묻기 위한 것입니다.
실질적 동일성
공판절차로 확정된 벌금형이나 약식절차로 확정된 벌금형이나 경고의 의미는 동일해요.
합리적 해석
절차의 형식만 달랐다고 재범 가중 적용 여부가 달라진다면 입법 취지에 반하고 불합리합니다.
대법원은 결론적으로 제14조 제2항에서 정한 '제1항의 죄로 형을 선고받고 그 형이 확정된 후'라는 문언에는 공판절차에서 형을 선고받아 확정된 경우뿐만 아니라 약식절차에서 벌금형의 약식명령을 고지받아 확정된 경우도 포함된다고 판단했습니다.
구체적 사실관계
2015년 1차 위반
피고인이 원산지표시법 제14조 제1항을 위반해 벌금 100만원 약식명령 확정
2018년 2차 위반
외국산 돼지고기를 국내산으로 허위표기하여 판매
검찰 기소
재범 가중처벌 규정인 제14조 제2항으로 기소
원심 판단
약식명령은 형 선고가 아니라며 무죄 선고
대법원 판결
약식명령도 형 선고에 포함된다며 원심 파기환송
이 판결이 가진 의미
죄형법정주의의 올바른 이해
죄형법정주의는 법문을 기계적으로만 해석하라는 게 아니에요. 문언의 가능한 의미 범위 내에서 입법 취지와 체계를 고려한 합리적 해석은 허용된다는 점을 명확히 했습니다.
죄형법정주의는 법문을 기계적으로만 해석하라는 게 아니에요. 문언의 가능한 의미 범위 내에서 입법 취지와 체계를 고려한 합리적 해석은 허용된다는 점을 명확히 했습니다.
약식명령의 법적 지위 확인
약식명령은 간이한 절차일 뿐, 형을 선고한다는 본질은 정식재판과 동일합니다. 따라서 재범 가중, 누범, 집행유예 기간 계산 등 모든 면에서 정식 판결과 동등하게 취급된다는 것을 재확인했어요.
약식명령은 간이한 절차일 뿐, 형을 선고한다는 본질은 정식재판과 동일합니다. 따라서 재범 가중, 누범, 집행유예 기간 계산 등 모든 면에서 정식 판결과 동등하게 취급된다는 것을 재확인했어요.
실질적 정의의 실현
단지 약식명령을 받았다는 이유만으로 재범 가중을 피할 수 있다면, 그것은 입법자가 의도한 바가 아닙니다. 대법원은 형식보다 실질을 중시하여 법 집행의 형평성을 확보했어요.
단지 약식명령을 받았다는 이유만으로 재범 가중을 피할 수 있다면, 그것은 입법자가 의도한 바가 아닙니다. 대법원은 형식보다 실질을 중시하여 법 집행의 형평성을 확보했어요.
반복 범죄자에 대한 경고
한 번 처벌받고도 다시 같은 범죄를 저지르는 행위에 대해서는 절차의 형식과 무관하게 가중처벌된다는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했습니다. 이는 범죄 억제 효과를 높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여요.
한 번 처벌받고도 다시 같은 범죄를 저지르는 행위에 대해서는 절차의 형식과 무관하게 가중처벌된다는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했습니다. 이는 범죄 억제 효과를 높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여요.
요점 정리
재범 가중처벌 규정에서 '형을 선고받고 그 형이 확정된 후'라는 문언에는 약식명령을 고지받아 확정된 경우도 포함됩니다. 약식절차는 정식재판의 간이화된 형태일 뿐 형벌권을 행사하여 형을 선고한다는 본질은 동일하기 때문이에요.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따라 형벌 법규를 엄격하게 해석해야 하지만, 문언의 가능한 의미 범위 내에서 입법 취지와 목적을 고려한 체계적·논리적 해석은 허용됩니다. 따라서 공판절차로 확정된 벌금형과 약식절차로 확정된 벌금형을 달리 취급할 이유가 없으며, 절차의 형식만 다르다고 재범 가중 적용 여부가 달라진다면 불합리하다는 것이 대법원의 입장입니다. 이 판결은 약식명령의 법적 효력을 재확인하고 반복 범죄자에 대한 가중처벌의 실효성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