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학이야기

전화 벨소리만 울려도 스토킹죄? 대법원 판결로 본 스토킹처벌법 기준

등록일 | 2025-11-25
전화 벨소리만 울려도 스토킹죄? 말 안 해도 처벌되는 이유
대법원 2022. 11. 17. 선고 2022도12037 판결

전화 벨소리만 울려도 스토킹죄? 대법원 판결로 본 스토킹처벌법 기준

스토킹처벌법 죄형법정주의 전화벨소리 부재중전화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반복적으로 전화를 걸었습니다. 때로는 말을 하지 않고 그냥 끊었고, 때로는 짧은 대화만 나눴어요. 피해자가 전화를 받지 않아도 계속 걸었죠. 대법원은 이런 행위가 스토킹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실제 통화 내용과 관계없이 전화벨 소리나 부재중 전화 표시만으로도 처벌받을 수 있다는 중요한 판례입니다.

스토킹처벌법이란

스토킹처벌법은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여 정당한 이유 없이 일정한 행위를 해서 불안감이나 공포심을 일으키는 것을 처벌합니다. 이 법에서 규정한 행위 중 하나가 바로 전화, 우편, 팩스,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물건이나 글, 말, 음향 등을 도달하게 하는 행위예요.
스토킹 행위의 정의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여 정당한 이유 없이 우편, 전화, 팩스, 정보통신망을 이용해서 물건, 글, 말, 부호, 음향, 그림, 영상 등을 도달하게 하여 상대방에게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키는 행위입니다.
이 사건에서 쟁점은 명확합니다. 전화를 걸었지만 실제 대화를 나누지 않았거나, 대화 내용 자체가 위협적이지 않았다면 어떻게 될까요? 벨소리만 울리거나 부재중 전화 표시만 남는 것도 처벌 대상일까요?

대법원이 판단한 세 가지 유형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 매우 구체적으로 세 가지 행위 유형을 구분해서 판단했어요. 각 상황별로 스토킹죄 성립 여부를 명확히 했습니다.

유형 1: 전화를 걸어 벨소리만 울린 경우

상황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전화를 걸어 휴대전화에 벨소리가 울리게 하거나 부재중 전화 문구가 표시되도록 했습니다.
피고인 주장
실제로 통화가 이루어지지 않았으니 말을 도달하게 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어요.
대법원 판단
실제 전화 통화가 이루어졌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벨소리(음향)와 부재중 전화 문구(글)를 도달하게 한 것이므로 스토킹 행위에 해당한다.
벨소리는 음향이고, 부재중 전화 표시는 글에 해당합니다. 이것들이 피해자에게 도달했고 불안감이나 공포심을 일으켰다면 그 자체로 스토킹죄가 성립한다는 거죠.

유형 2: 전화 통화를 했지만 내용이 평범한 경우

상황
피고인이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 전화를 걸어 통화를 했습니다. 하지만 통화 내용 자체는 "밥 먹었니", "잘 들어갔니" 같은 평범한 말이었어요.
피고인 주장
통화 내용이 위협적이거나 불안감을 주는 것이 아니었다고 주장했습니다.
대법원 판단
통화 내용 자체가 불안감이나 공포심을 일으키는 것으로 밝혀지지 않았더라도, 피고인과 피해자의 관계, 지위, 성향, 행위 전후의 여러 사정을 종합해서 그 전화 통화 행위가 피해자의 불안감이나 공포심을 일으키는 것으로 평가되면 스토킹 행위에 해당한다.
이게 정말 중요한 부분입니다. 말의 내용 자체보다 그 행위가 이루어진 맥락이 더 중요하다는 거예요. 예를 들어 이별을 통보했는데도 계속 전화가 온다면, 그 말이 "잘 지내니?"라는 평범한 내용이어도 피해자는 공포를 느낄 수 있습니다.

유형 3: 전화를 받았지만 아무 말도 안 한 경우

상황
피해자가 전화를 받았는데 피고인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침묵만 지켰습니다.
피고인 주장
말을 도달하게 한 것이 아니므로 스토킹 행위가 아니라고 주장했어요.
대법원 판단
말을 도달하게 한 것이 아니더라도 수신자의 전화에 벨소리가 울리게 하거나 발신자 전화번호가 표시되도록 한 것까지 포함해서 판단해야 한다. 이것이 피해자에게 불안감이나 공포심을 일으킨 것으로 평가된다면 음향(벨소리)과 글(발신자 번호)을 도달하게 한 행위에 해당하므로 스토킹 행위다.
오히려 말을 안 하는 것이 더 무서울 수 있습니다. 전화를 받았는데 상대방이 침묵만 지키고 있다면 피해자는 극도의 공포를 느끼게 되죠. 대법원은 이런 경우도 당연히 스토킹죄에 해당한다고 본 겁니다.

왜 이렇게 판단했을까

이 판결의 핵심은 형식이 아니라 실질을 본다는 것입니다. 스토킹처벌법의 목적은 피해자의 일상적 평온을 보호하는 거예요. 실제로 무슨 말을 했느냐보다, 그 행위로 인해 피해자가 불안감이나 공포심을 느꼈느냐가 중요합니다.
형식적 해석
말을 안 했으니
처벌 불가
실질적 해석
벨소리·번호표시도
음향·글 도달
대법원의 결론
전화를 걸어 벨소리가 울리게 하거나 발신자 정보가 표시되도록 하는 행위는
스토킹처벌법상 스토킹 행위에 해당할 여지가 크다
만약 형식적으로만 해석한다면 가해자들은 "나는 말을 안 했으니 괜찮다", "평범한 인사만 했을 뿐이다"라고 빠져나갈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이런 법의 허점을 막기 위해 종합적이고 실질적인 판단 기준을 제시한 거예요.

구체적으로 무엇을 봐야 할까

대법원이 제시한 판단 요소들을 정리해보면:
  • 피고인과 피해자의 관계: 연인 관계였는지, 이별 후인지, 일방적 호감인지
  • 지위와 성향: 힘의 불균형이 있는지, 피고인의 성격적 특성
  • 행위 전후의 사정: 왜 전화를 했는지, 이전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 전화의 빈도와 시간: 얼마나 자주, 언제 전화했는지
  • 피해자의 반응: 피해자가 거부 의사를 명확히 했는지
예를 들어 이별을 통보받은 후 매일 새벽에 전화를 걸어서 벨소리만 울리게 한다면, 그 자체로 피해자에게는 엄청난 공포가 됩니다. "또 전화가 올까", "무슨 일을 벌일까" 하는 불안감에 시달리게 되는 거죠.

이 판결이 남긴 의미

죄형법정주의와의 관계
이 판결은 죄형법정주의 관점에서도 의미가 있어요. 처벌 법규는 엄격하게 해석해야 하지만, 그렇다고 법의 취지를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법문의 가능한 의미 범위 내에서 입법 목적에 맞게 해석한 좋은 사례입니다.
스토킹 범죄에 대한 경각심
"나는 그냥 안부 물어본 것뿐인데", "한마디도 안 했는데 무슨 문제냐"는 변명이 더 이상 통하지 않습니다. 상대방이 원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계속 연락하는 모든 행위가 스토킹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명확히 했어요.
피해자 보호 강화
실제 피해자들은 직접적인 협박이나 욕설보다 이런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연락에 더 큰 공포를 느낍니다. 언제 어떤 행동을 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일상을 파괴하죠. 이 판결은 그런 피해자들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했습니다.
요점 정리
전화를 걸어서 벨소리가 울리게 하거나 부재중 전화 표시가 남도록 하는 것만으로도 스토킹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실제 통화가 이루어지지 않았거나, 통화 내용이 평범했다는 것은 변명이 되지 않아요. 대법원은 피고인과 피해자의 관계, 행위 전후 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그 행위가 불안감이나 공포심을 일으키는 것으로 평가되면 스토킹 행위에 해당한다고 봤습니다. 심지어 전화를 받았는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더라도, 벨소리와 발신자 번호 표시만으로 음향과 글을 도달하게 한 것이므로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상대방이 거부 의사를 밝혔다면 어떤 형태로든 계속 연락하는 것을 멈춰야 합니다. 이 판결은 스토킹 범죄의 실질적 처벌 범위를 확대하고 피해자 보호를 강화한 중요한 판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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